제목 쌀 포대에 ‘미검사’로 등급표시 못한다
작성일 2018-10-17 09:30:43
 
 
쌀 포대에 ‘미검사’로 등급표시 못한다
 
농식품부, 개정 등급표시제 시행…올 연말까진 특별 계도기간

반복 위반 땐 처벌…유통 과정서 쌀 품질 변화 등 우려도 여전
 

앞으로 쌀 포대에 표시하는 쌀의 등급은 ‘특·상·보통·등외’ 중 하나여야만 한다. 기존처럼 ‘미검사’로 표시했다가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쌀 등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쌀의 품질 고급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쌀의 품질이 변하는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등급 중 미검사 표시를 할 수 없도록 개정한 등급표시제를 10월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미곡종합처리장(RPC)·도정공장 등은 쌀 등급을 검사하지 않은 경우 이날부터 판매하는 쌀의 포대에 ‘등외’로 표시해야 한다. 검사는 했지만 품질이 나빠 ‘보통’에 못 미치는 경우도 ‘등외’로 표시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검사하지 않은 경우 ‘미검사’로 표시하는 게 가능했다. 미검사 표시 비율은 2015년 73.3%, 2016년 70.2%로 매우 높았다. 이로 인해 쌀 품질 고급화를 위해 도입한 등급표시제의 취지가 훼손되고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이 국회·언론·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미검사를 표시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했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0월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 연말(12월31일)까지 특별 계도기간을 운영해 등급표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하여금 등급검사 요령 등에 대한 자문을 진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특별 계도기간 중에라도 등급표시제의 반복적인 위반에 대해서는 처벌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로운 쌀 등급표시제 시행에 따라 소비자의 알 권리가 확보되고 우리쌀의 고품질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소비자들은 쌀을 구매할 때 등급·도정일자 등 표시사항을 확인해 좋은 쌀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쌀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품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RPC가 품질을 확인한 뒤 ‘특’으로 표시해 마트 등으로 출하하더라도 유통 과정 중 수분 함량이 높아져 ‘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등급 ‘허위 표시’에 해당돼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동안 미검사 표시 비율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비의도적 허위 표시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미검사 표시를 할 수 없게 돼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쌀의 품질이 등급별 기준을 약간 상회할 때도 허위 표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등급검사는 샘플검사이다보니 모든 포대를 다 검사할 수 없기에 같은 날 같은 모집단의 쌀도 포대마다 등급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조생종의 경우 올해와 같이 폭염이 겹치면 분상질립(흰 반점이 있는 쌀) 등이 많이 생기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충남 지역 RPC의 한 관계자는 “올해 조생종의 품질이 좋지 않아 ‘등외’로 판매하는 비율이 높아지자 소비자들로부터 ‘조상님께 드리는 햅쌀인데 등외가 웬 말이냐’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며 “등외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지 않은 만큼 등급을 1·2·3·4등급 등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민신문>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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