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뭄…호수 바닥이 드러났다
작성일 2018-02-21 09:27:04
 
 
가뭄…호수 바닥이 드러났다
 
남부지역 극심한 가뭄 계속 청도 운문호 저수율 8.4% 역대 최저 수위 기록

전국 농업 저수지 저수율 71% 평년의 90% 수준에 그쳐

중부지역도 안심할 수 없어 영농철 앞둔 농가 시름 깊어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 각지 저수지의 저수율이 평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 있는 운문호가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남쪽 들녘이 바싹 말라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71%로 평년(79%)의 90% 수준이다. 특히 전남과 경남·북 등 남부지역의 저수율은 60%대에 불과하고 경북 경주 등 일부 시·군의 저수율은 40% 안팎까지 떨어졌다. 3월까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도 해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영·호남과 충남 서해안에 가뭄 ‘극심’=가뭄으로 경북 청도·영천·경주·경산 등지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청도군 운문호의 저수율은 19일 현재 8.4%로, 1996년 댐 준공 이후 역대 최저수위를 날마다 갱신하는 중이다. 2017년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에 그쳤고 올 들어서도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서다. 결국 대구와 청도·영천·경산 등 운문호 급수지역의 식수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9일에는 해당지역의 원활한 식수공급을 위해 금호강에 광역상수도 비상공급 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전남지역의 사정도 비슷하다. 광주지방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전남지역의 2017년 겨울철(해당연도 12월부터 다음해 1월) 월평균 강수량은 31.23㎜였다. 이는 2016년 겨울철(40.25㎜), 2015년 겨울철(55.83㎜)과 견줘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강수량이 22.67㎜에 그치면서 최근 4년 이래 같은 기간 가장 낮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처럼 비가 오지 않으면서 저수지도 말라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촌수자원 종합계측정보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전남지역 저수율은 19일 현재 56.8%로 전국 9개 도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역별로는 나주(33.4%)·담양(45.9%)·영암(45.9%) 등을 중심으로 저수율이 저조했다.

이밖에 충남 서북부 8개 지역(보령·서천·홍성·청양·당진·태안·서산·예산)에도 2월 기준 가뭄 ‘주의’ 단계가 발령돼 있다.



◆다른 지역도 저수율 낮아 ‘불안’=영·호남과 충남 서북부지역보다는 덜하지만 충북지역도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1일 기준 충북지역의 6개월 누적 강수량은 427㎜로 평년의 77%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1월부터 2월14일까지의 강수량은 20㎜ 미만으로 평년의 60% 수준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음성과 옥천지역 일부 저수지는 저수율이 50%를 밑돌고 제천·단양의 일부 산간지역에서는 지하수가 말라버려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 전역에도 건조특보가 발효된 상태로, 1월 강수량이 평년 대비 18%에 불과하다. 19일 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에 따르면 원주·강릉·태백·삼척·횡성·영월·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양양 등 도내 12개 시·군이 기상가뭄 예·경보 3단계 중 물 부족이 우려되는 ‘주의’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함’ 단계인 속초시는 최근 10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20일부터 지역의 25개 공공주택에 격일제 급수를 시작했다.

김동춘씨(62·충북 제천시 청풍면)는 “농촌 오지마을 주민들은 오랜 겨울 가뭄으로 취수원이 고갈되고 계곡물마저 얼어붙는 바람에 농협에서 공급하는 생수에 의존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 봄 영농철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있어 식수와 농업용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역의 평균 저수율이 최소 63% 이상은 돼야 봄철에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저수율이 50%가 안되는 시·군이 적지 않아 농업용수 대책을 강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농민신문>춘천=홍경진, 청주·제천=류호천, 나주=이문수, 대구=남우균, 김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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