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반도 '최강 한파'…과수농가 언피해 예방조치도 헛수고
작성일 2018-02-09 09:39:22
 
 
한반도 '최강 한파'…과수농가 언피해 예방조치도 헛수고
 
영하 20℃ 육박하는 날씨 전국적으로 수일간 지속

충북 음성지역 복숭아나무 꽃눈 변색·가지 갈변현상 전남북 감농가도 피해 우려

제주지역 노지감귤나무엔 잎마름 증상 등 나타나

봄 돼야 피해규모 윤곽 꽃눈·가지 세심하게 살피고 고무끈으로 원줄기 동여매야
 
이재만 경기 이천시농업기술센터 농업연구사(왼쪽)와 복숭아 재배농민 이재권씨(61·장호원읍 방추리)가 나무 밑동의 껍질을 벗겨낸 후 갈변현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일 최강 한파가 이어지면서 과수의 언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2℃로 평년 수준(영하 0.4~1.6℃)을 밑돌았다. 1월말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영하 10.4℃까지 떨어졌고 최저기온이 영하 20℃를 기록한 곳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한파로 과수마다 언피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특히 추위에 약한 복숭아나무(한계온도 영하 15~20℃)와 감나무(〃 영하 14~17℃)를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감·노지감귤 등에 언피해 조짐=5일 오전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에 있는 이천시농업기술센터 복숭아연구소. 직원들이 시험포에서 1월30일 채취한 복숭아나무 가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재만 농업연구사는 “복숭아 주산지인 장호원지역은 1월12일 최저기온이 영하 20℃를 기록한 데 이어 23일부터 27일까지 초강력 한파가 닷새째 이어졌다”면서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일부 신품종을 중심으로 꽃눈 가운데가 까맣게 변색되거나 가지 갈변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숭아 주산지인 충북 음성지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감곡에서 7590㎡(약 2300평) 규모의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종옥씨(74)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겨울철 이상기후로 두번의 언피해를 봤다”면서 “올겨울 볏짚으로 밑줄기를 감싸놓는 등의 예방조치를 했지만 1월25일 전후로 영하 20℃에 육박하는 날씨가 3~4일간 지속된 탓에 어느 정도 피해는 각오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김준호씨(56)도 “올겨울 날씨를 보면 이상기후로 절반 가까운 복숭아나무가 얼어 죽었던 7~8년 전의 악몽이 떠오른다”면서 “이미 몇몇 나무는 결과지의 수세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고 걱정했다.

남부지역 과수농가도 한파 피해를 비켜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북에서는 감 재배농가를 중심으로 언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남 장성군 황룡면 신호리에서 감과 포도를 재배하는 박영섭(57)씨는 “최근 10년 이래 가장 추운 날씨”라면서 “영하 10℃ 이하 날씨가 하루 이틀 정도 이어지면 견딜 만한데 이번처럼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감나무 언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내린 제주에서는 노지감귤의 수세가 좋지 않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가을에 열매가 많이 달렸던 일부 고지대 노지감귤나무를 중심으로 잎마름·낙엽 등 언피해현상이 나타났다.



◆봄 돼야 피해규모 윤곽…가지치기 등 자제해야=이처럼 전국적으로 과수농가의 언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농협과 농민단체 등에서는 예찰 및 지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권태화 음성 감곡농협 조합장은 “한파경보가 내려진 이후 지도경제팀 직원들이 일일이 복숭아농가를 방문하며 언피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3월말은 돼야 정확한 피해규모를 알 수 있겠지만, 벌써부터 일부 농가들은 언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정선태)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제주도연합회(회장 김한종)도 각각 6일과 7일 성명을 내고 “현재의 과수 피해는 육안으로 확인한 1차 피해에 불과하며 앞으로 20일가량 지난 후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면서 “잇단 폭설과 장기간 한파에 따른 제주지역의 농업부문 피해상황 조사에 만전을 기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언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농민들의 후속 조치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재만 농업연구사는 “복숭아나무의 경우 나무 밑동(지제부)에 갈변이 나타나면 결국 고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수 언피해는 과원관리와 수세, 과원이 위치한 지형, 배수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농가가 나무별로 꽃눈과 가지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면서 “피해를 본 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거나 터지지 않도록 원줄기를 고무끈으로 동여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인구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도 “과수의 한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냉기가 오래 머무는 곳은 대형 선풍기를 돌려 공기를 순환시키고 한파가 한풀 꺾일 때까지 가지치기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농민신문>이천·화성=유건연, 음성·영동=류호천, 영암·나주=이문수, 김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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