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농업의 공익적 가치란] 국민 먹거리 생산 ·깨끗한 자연환경 유지…국가 균형발전 이끌어
작성일 2017-11-10 09:28:09
 
 
[농업의 공익적 가치란] 국민 먹거리 생산 ·깨끗한 자연환경 유지…국가 균형발전 이끌어
 
국가 최고의 법규인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누리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해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것입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물이나 공기와 비슷해 누구나 매일 그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경관 유지와 같은 공익적 기능은 경제 가치로 환산하면 수백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업·농촌이 위축되면 공익적 기능도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 공급하며 식량안보 지키는 '보루' 역할

홍수조절하고 토양유실 방지 수질정화·대기정화 기능도 경제가치로 따지면 연 67조원

아름다운 경관·전통문화 보전 농촌, 휴양·여가공간으로 각광

농촌사회·지역경제 유지하고 도시화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
 

농사를 짓지 않고 모든 먹거리를 수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땅이 모두 콘크리트라면 빗물은 어디로 스며들까? 답답한 도시를 훌쩍 벗어나 여행을 떠나도 끝없이 도시만 이어진다면 어떨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엄청난 이변과 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이렇듯 농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면 농업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담당하며 우리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본연의 임무 외에도 다양한 공익적 기능들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이나 공기처럼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 식량안보와 식품의 안전성 보장=영국은 1846년 곡물 수입을 제한하는 곡물법을 폐지했다. 식량을 수입하고 공산품을 수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밀 자급률은 19%까지 떨어졌고,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독일은 영국의 바닷길을 막아버렸다. 그러자 영국에서는 극심한 식량난이 발생했다. 이후 영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투자를 확대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공급을 넘어 식량안보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식량안보란 충분한 수량과 만족할 만한 품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한 농업생산을 유지하며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식량안보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식량안보와 더불어 식품의 안전성 보장도 농업의 중요한 기능이다. 식품의 안전성은 농산물의 생산과정에서부터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보장받기 어렵다. 다시 말해 어떤 생산과정을 거쳤는지 불명확한 수입 농산물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 농업이 유지돼야만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 환경보전과 생태계 유지=수자원 함양, 수질정화, 홍수조절, 대기정화, 기후순화, 토양유실 방지, 생물다양성 유지….

환경을 보전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농업의 기능은 이렇듯 다양하다. 논을 예로 들어보자. 벼가 자라는 논에는 늘 물이 채워져 있다. 논은 댐처럼 물을 가둬 지하수를 저장하고, 하천의 유량을 조절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 1㏊에서 생산되는 지하수의 양은 연간 2944t에 이른다.

또 논은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아준다. 만약 논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매년 춘천댐의 24배에 달하는 물이 범람할 수 있다. 또 논은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 연간 1억8000t에 달하는 흙을 보호한다. 이는 5t트럭 3600만대분이다.

논은 수질도 정화한다. 논으로 유입된 물에 들어 있는 질소·인산 같은 오염물질들은 벼가 자라는 데에는 중요한 비료성분이다. 벼는 이런 성분들을 흡수하면서 성장하고, 오염물질이 빠져나간 물은 깨끗하게 정화된다.

벼가 자라면서 먹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CO2)다. 농작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O2)를 배출해 공기를 맑게 한다. 또 논의 물이 증발되면서 여름철에는 대기를 시원하게 만드는 기후순화 기능도 한다.

이같은 기능은 단지 논과 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논밭에 뿌리를 내린 모든 농작물들은 환경을 보전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농진청이 2006년 환경보전 기능을 경제가치로 환산한 금액은 67조원에 달했다. 다른 공익적 기능들까지 경제가치로 환산할 경우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농촌경관 보전, 전통문화 계승=제주도에는 검은 용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밭담이 있다.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검은빛이 도는 현무암으로 쌓아온 밭담은 밭을 구획하고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빼어난 경관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까지 지정됐다.

제주의 밭담만이 아니다. 황금물결을 이룬 논, 붉게 물든 사과밭, 넓고 푸른 녹차밭처럼 농업은 그 존재만으로도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농촌의 경관은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또 농업을 기반으로 형성된 농촌마을은 휴양과 여가의 공간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농촌이라는 공간과 농업생산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전통문화도 있다. 농악·농요·품앗이 같은 생활양식이나 풍습 등 광범위한 전통문화가 농업·농촌을 기반으로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휴경과 폐농이 확산되면 농촌경관을 유지할 수 없고, 농촌의 전통문화도 더이상 지킬 수 없다.


◆ 지역사회 유지와 균형발전=농업은 농촌사회와 지역경제를 유지하는 필수요소다. 특히 최근에는 농식품 가공, 농촌관광 등 농업과 연관된 산업들이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을 활성화해 국가 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도시인구를 농촌으로 분산시키고,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난·주택난·환경오염·실업 등의 문제를 완화해준다. 농업의 이러한 기능이 없다면 도시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최근 귀농·귀촌이 확산되는 추세도 농업의 이러한 기능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농촌사회를 유지하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농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농민신문>김봉아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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