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원칙없는 수입 마늘 방출 '물의'…농민들 "정부가 시장 교란"
작성일 2017-09-25 09:26:38
 
 
원칙없는 수입 마늘 방출 '물의'…농민들 "정부가 시장 교란"
 
aT, 판매하다 남은 TRQ 물량 3689t 추석 앞두고 방출

수급조절 실패로 과다 수입한 마늘, 매뉴얼 어기고 내놔

농가·업계 "값 떨어져 피해 심각…정부에 배상 청구할 것"
 
정부가 원칙 없이 저율관세할당(TRQ) 마늘을 풀었다가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기 소재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비축창고에 지난해 입고된 중국산 신선마늘이 쌓여 있다.
 

정부의 원칙 없는 저율관세할당(TRQ) 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해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에 따라 TRQ 물량을 운용하겠다고 공언해온 정부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4일 국영무역공고를 통해 21일부터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지난해 수입해 비축 중인 신선마늘 3689t을 판매하겠다고 공고했다. 이번에 시중에 방출하는 마늘은 지난해 하반기 TRQ로 수입한 2만4393t 중 재고로 남은 6377t의 일부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무리하게 TRQ 마늘 방출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마늘 재배농가들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마늘 수확기를 앞둔 4월 TRQ 물량을 방출해 마늘값 형성에 악영향을 미쳤던 정부가 또다시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특히 이번 조치가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을 벗어나 이뤄진 만큼 향후 마늘가격 추이에 따라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수급조절 매뉴얼상 정부 비축물량을 풀기 위해선 ‘상승경계’ 단계의 기준가격까지 올라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어긴 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농가들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와 생산자단체·소비자단체·학계 등으로 구성된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는 원활한 농산물 수급을 위해 품목별 수급조절 매뉴얼을 만들어 운용 중이다. 매뉴얼은 무·배추·마늘·양파·건고추 등 이상기후에 따라 가격변동 폭이 큰 품목을 위기단계별로 정부나 생산자단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무분별한 TRQ 물량 운용을 막기 위해 위기단계별 기준가격을 월단위로 정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응토록 했다.

농가들이 문제 삼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마늘 수급조절 매뉴얼상 9월을 기준으로 정부가 상시 비축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마늘값이 1㎏당 6777원 이상에서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가격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매뉴얼이 기준가격으로 삼는 aT 농산물유통정보서비스(KAMIS)에 따르면 이달들어 현재까지의 깐마늘 상품 1㎏당 도매가격은 평균 6350원대에서 형성돼 기준가격보다 427원이나 낮다. 8월 가격도 비슷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마늘 수급조절 실패로 과다하게 들여온 TRQ 마늘의 소진을 위해 추석을 앞두고 무리하게 방출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성이경 경남 창녕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수급조절 예측 실패로 TRQ 마늘을 대량으로 들여와 농민들의 원성을 샀던 정부가 이번에는 수급조절 매뉴얼상 수입 비축마늘을 풀 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여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에서 TRQ 마늘을 방출할 게 아니라 폐기처분하거나 건조마늘로만 유통해줄 것을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TRQ 물량 방출로 마늘값이 떨어져 농가와 가공·냉동업계의 적자가 심각한 만큼 추이를 봐가며 정부를 상대로 피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T 관계자는 “정부 비축마늘 방출은 기본적으로 수확기, 특히 농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상황을 주시하며 결정된다”면서 “대도시지역 일부에서 중국산 마늘 방출 요구가 지속적으로 들어와 이번 결정이 이뤄졌고, 국내산 마늘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공용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신문>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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