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추석 대목장 점검]사과 탄저병 피해 확산…선물용 '홍로' 값 오를 듯
작성일 2017-09-08 09:32:10
 
 
[추석 대목장 점검]사과 탄저병 피해 확산…선물용 '홍로' 값 오를 듯
 
추석 대목장 점검(1)사과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장(왼쪽)이 조합원의 사과 하차작업을 돕고 있다.
 
'홍로' 병해로 생산량 6% 줄 듯

추석 늦어 보관기간 길어져 흑점 생겨 상품성 떨어질 수도

값, 변수 많아 전망 엇갈려 '후지' 등 물량 몰려 하락 우려도

과일 상태 고려해 분산출하 정상과는 15일 전후 수확을
 
올해 추석은 평년에 비해 많이 늦다. 10월에 추석을 맞기는 최근 5년 내 처음이다. 예년에 없던 늦은 추석인 만큼 출하전략을 짜는 과수농가와 유통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 추석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한가위라는 변수가 있다. 가격 등과 상관없이 올 설날과 같이 선물용 과일 수요 자체가 위축된다면 좋은 값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다.

추석을 전후한 최장 10일 동안의 긴 연휴가 과일 선물 수요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봄철 우박·가뭄과 8월 집중호우, 병충해 발생 등이 선물용으로 가능한 상품과 생산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올해는 과일 수급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많아 가격전망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늦은 추석으로 성수품 과일 공급량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과·배·단감·포도 등 명절 성수품을 중심으로 과일 주산지와 도매시장·유통업체 등이 예상하는 올 추석 대목장 농산물 수급 및 가격전망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 탄저병에 우는 사과 재배농가=5일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 아침 8시를 넘긴 시각부터 사과를 가득 실은 1t 트럭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출하농가 분포는 충북 충주를 비롯해 인근 괴산·제천·음성 등으로 다양했다.

수매가 시작된 사과는 조생종 <홍로>다. 이 품종은 추석 명절 판매에 특화돼 8월 말 수확을 시작으로 9월15일까지 대부분 수확이 끝난다. 과가 크고 당도가 높아 선물용으로 인기가 있다.

수매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은커녕 탄저병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한목소리로 하소연했다. 7~8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잦은 비가 탄저병 창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탄저병은 전염성이 강한 만큼 감염과일은 발견 즉시 따내 땅에 묻어야 하고, 방제에 보다 더 신경 써야 해 수확량은 줄고 생산비는 늘 수밖에 없었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30년 사과농사 경력의 왕은상 충주시 신니면 사과작목반장(62)은 “전체 과원의 50% 정도가 탄저병에 걸려 지겹도록 사과를 따냈다”며 “지난해 17㎏들이 콘티박스(출하용 상자)로 500개를 수확했지만 올해는 300개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조생종 <홍로>를 팔아 한해 자재비를 충당하는데 올해는 소독비 등 생산비가 두 배 이상 늘어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탄저병 피해는 전국 대부분의 사과 주산지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8월31일 농협경제지주 청과사업국이 파악한 산지 작황에 따르면 <홍로> 사과 주산지인 전북 장수·무주를 비롯해 충북 충주, 경북 봉화·영주 등까지 탄저병이 확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9월 농업관측에서 탄저병 피해로 올해 <홍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6%가량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장은 “충주지역의 <홍로> 수확량은 20% 안팎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일기가 좋아 탄저병이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또다시 비가 올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 상품성 유지가 관건=예년보다 늦은 추석으로 <홍로> 재배농가들은 역대 가장 긴 기간 동안 저장을 하며 추석 명절을 맞게 됐다. 4일 사과를 수확한 농가라면 보름 이상을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며 출하시기를 조율해야 하는 것이다.

저장성이 약한 <홍로> 특성상 저장기간 동안 상품성 유지 여부가 제값을 받는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진석 농협경제지주 청과사업국 과일부장은 “오는 20일을 과일 선물세트 판매시기의 정점으로 봤을 때 농가나 유통업체들은 사과를 수확한 뒤 20일가량을 저장상태로 보관해야 한다”며 “탄저병이 심했던 터라 저장기간이 길어지면 흑점 발생 등으로 손실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유통전문가들은 수확단계부터 과일상태를 냉정하게 판단해 저장에 들어가야만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너무 익으면 저장성이 떨어지는 만큼 색택이 85~90% 올라왔을 때 수확해야 저장성을 높일 수 있다.

김희석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한국청과 경매사는 “대목 가까이 되면 시세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저장에 들어가는 농가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홍로>는 저장성이 약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마냥 기다렸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가격 전망 엇갈려, 분산출하해야=여러 변수가 많다보니 가격 전망도 엇갈린다.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측은 탄저병의 영향으로 상품과 출하가 줄어 선물용 사과값은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김영란법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아래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되지 않고 예년 같은 상황이라면 13개가 들어가는 5㎏ 기준 사과 한상자 가격은 4만5000원에서 4만8000원대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2000원 안팎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늦은 추석으로 <홍로>뿐만 아니라 <양광>이나 일찍 수확하는 <후지>까지 출하가 몰려 상품성 있는 사과 출하량이 증가할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설과 같이 김영란법 후폭풍이 거셀 경우 추가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복 센터장은 “올해는 탄저병이 심해 유통업계나 농가의 보관상태에 따라 값은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다만 김영란법이 위력을 발휘해 선물소비가 위축된다면,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매취 또는 저장에 들어간 유통인이나 농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올 추석은 대외변수가 많아 농가들은 출하전략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년의 경우 긴 명절이 끼었을 때는 선물 판매가 줄었던 점에 비춰 가능한 한 성수기 이전이라도 저장과일 상태에 따라 출하에 나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춘권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홍로>는 저장력이 떨어지는 데다 올해는 탄저병도 심해 농가들이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숙기에 맞춰 제때 수확하되 품위가 낮거나 크기가 작은 것은 지금부터 분산출하하고 정상과는 가능하다면 수확시기를 15일 전후로 늦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농민신문>충주=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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