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구곡격리 무산…수확기 쌀값 어쩌나
작성일 2017-09-04 09:22:49
 
 
구곡격리 무산…수확기 쌀값 어쩌나
 
예산당국 반대로 논의 중단

회복세 타던 산지값에 '찬물' 농정 신뢰 추락도 우려
 

2016년산 구곡에 대한 추가 시장격리가 끝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쌀값의 발목을 잡거나 올해산 신곡 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진행해온 구곡 추가격리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반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구곡을 시장격리하기 위해서는 1만t당 166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탓에 재정당국이 고개를 저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구곡 추가격리가 무산되면서 여러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최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쌀값이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25일자 쌀값은 13만976원으로 직전 순기(旬期·열흘)인 8월15일자보다 0.6% 올랐다. 8월15일 10개월여 만에 13만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5순기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회복세는 정부의 구곡 추가격리 방침이 흘러나오면서 본격화됐다는 게 산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곧 추가격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쌀값은 다시 하락세로 반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남지역의 한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쌀값이 조금씩이나마 오르고 있지만 추가격리가 무산되면 다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곡 가격 형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구곡이 신곡과 함께 팔리는 상황에서 신곡 가격이 올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설사 수확기 이전에 구곡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고 해도 구곡은 시장에서 미리 빼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쌀문제의 본질은 수급 안정이 아닌 ‘가격 회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농정 신뢰의 문제도 가벼이 볼 수 없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구곡격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도 “팔다 남은 구곡은 수매해줄 테니 쌀을 저가로 팔지 말라”라고 한 상태에서 구곡 추가격리를 ‘없던 일’로 해버리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농업계 안팎에서 농정당국에 대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질책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추석 전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허용 가액이 상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추석 전 상향 조정이 물 건너간 데다 2018년도 농업예산 증가율이 0.03%에 그치는 등 농업예산 홀대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곡 추가격리까지 없던 일이 되면서 실망을 넘어 농정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역농협 RPC 장장은 “구곡을 추가격리한다고 수요조사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못한다고 하면 격리시키려고 준비한 물량은 어떻게 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RPC들이 정부정책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등 6개 농민단체는 조만간 ‘구곡 추가격리를 조속히 시행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정부 압박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쌀 수급문제와 관련한 재정당국과의 논의를 ‘신곡격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 생산량에서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에다 +α(플러스알파)를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α는 현재로선 10만t이 고려되고 있으며 향후 작황에 따라 가감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또 일반 벼 1500㏊를 사료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민신문>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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