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농작물 작황부진 비상]배추, 무르고 밑동 썩어…수확률 평균 30% 불과할 듯
작성일 2017-09-01 09:26:35
 
 
[농작물 작황부진 비상]배추, 무르고 밑동 썩어…수확률 평균 30% 불과할 듯
 
농작물 작황부진 비상<하>채소

고랭지배추 주산지 강원 태백 귀네미마을 가보니…

8월에 2주 이상 비 내려 경영비는커녕 빚만 남을 판

"생산안정제사업 참여농가 미출하 농산물 보상 절실"
 
김상호 강원 태백농협 유통팀 과장(오른쪽)과 귀네미마을 배추재배 농민들이 밑동이 누렇게 썩은 배추를 바라보며 허탈해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에 이어 잦은 비로 병해까지 확산되면서 배추·상추·얼갈이·대파 등 채소류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확량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상품이 없어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이상기후에도 수확을 위해 버텨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 농촌현장은 수확의 기쁨 대신 한숨과 걱정만 가득하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채소값이 치솟아 서민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호들갑이다. 이상기후에 한숨짓는 채소농가를 현장 취재했다.



8월29일 찾아간 강원 태백의 귀네미마을 배추밭. 해발 1000m가 넘는 국내 대표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이곳에 들어서자 배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수확기를 맞아 초록빛을 띠어야 할 배추밭은 대부분 누렇게 변해 있었다.

3만6364㎡(1만1000평) 규모의 배추를 재배하는 이용주씨(44·하사미동)는 “4년 전 병해가 극심해 다른 사람들이 50%도 못 건질 거라 했을 때도 방제작업을 열심히 해 65%는 수확했는데 올해는 30%밖에 못 건졌다”면서 “작황이 안 좋은 가운데 어떻게 해서라도 배추를 살리려 노력하다보니 소득은 없고 영농비만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상호 태백농협 유통팀 과장은 “8월 초부터 2주 이상 비가 내려 배추가 무르고 밑동썩음병이 발생해 귀네미마을의 고랭지배추 수확률은 평균 30%에 불과할 것 같다”면서 “겉으로는 잎이 파랗고 괜찮아보이는 것도 대부분 밑동이 썩어 수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가들의 형편도 말이 아니다.

김진복 태백농협 고랭지배추공선출하회장은 “아주심기(정식) 시기가 빠른 매봉산 쪽은 출하가 마무리 단계여서 그나마 피해가 덜한데 귀네미마을은 6월 하순에 아주심기해 8월 하순부터 출하되는 곳이라서 잦은 비로 배추밭의 80%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요즘 배추값이 좋다지만 ‘그림의 떡’일 뿐 경영비는커녕 빚만 고스란히 남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또 있다. 귀네미마을의 농가 대부분은 ‘생산안정제사업’에 참여해 배추를 농협과 계약재배(약 28㏊)하고 있어서다. 생산안정제사업은 물량 과다 또는 부족 때 출하량과 가격을 조절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정부 수급조절 정책이다. 하지만 출하를 하지 않은 농산물에 대한 지원은 단 1%도 없어 올해처럼 자연재해로 배추가 망가져 출하를 못할 때는 농가들이 경영비도 못 건지는 단점이 있다.

김진업 태백농협 조합장은 “상인들과 밭떼기거래한 농가는 경영비라도 건졌지만 생산안정제사업에 참여해 농협과 계약재배한 농가는 농산물을 끝까지 키워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같은 자연재해 때는 한푼도 못 건질 수 있다”면서 “생산안정제사업 참여농가가 자연재해로 출하를 못할 경우 일부 경영비라도 지원해야만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고랭지배추의 경우 농협 취급물량을 30% 정도로 늘려야 수급조절 기능이 큰데 현재는 15% 정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미출하 농산물에 대한 보상제도가 없어 문제”라면서 “제도적 미비로 농가 참여가 저조해 생산안정제사업 물량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수급조절 기능마저 상실될 우려가 커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농민신문>태백=김명신 기자 ms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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