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외국인근로자 정신질환으로 문제 생기면 농가는 '속수무책'
작성일 2017-08-04 11:29:22
 
 
외국인근로자 정신질환으로 문제 생기면 농가는 '속수무책'
 
제주 감귤농가서 2명 발병 농장주 위협

자해 행위도 돌발사고 대비 매뉴얼도 필요
 
'한라봉' 열매 유인작업이 한창인 제주 서귀포시 정경순씨(오른쪽)의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근로자 B씨가7월17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귀국, 부득이 이웃 농장에 취업한 외국인근로자(왼쪽)의 일손을 빌려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A씨가 발작을 일으킨 뒤 본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며칠간이 30년은 되는 듯 길게 느껴졌습니다.”

제주에서 하우스감귤과 <한라봉> 등 2만4793㎡(7500평)의 귤농사를 짓는 정경순씨(62·여·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정씨는 3년 동안 매년 한명씩 모두 세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했는데, 그중 A씨와 B씨(7월17일 공황장애로 출국) 두명이나 정신질환 문제로 교체해야 했다. 특히 정신질환이 심했던 외국인근로자 A씨는 잊을 수가 없다.

정씨가 처음으로 A씨(당시 25세·네팔)를 고용한 때는 2015년 7월.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사고 얼마 전부터 불안증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어느 날 발작을 일으키며 정씨 남편의 목을 조르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 119 구급차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그곳에서조차 링거를 빼고 자해해 피투성이가 되는 등 돌발행동은 계속됐다. A씨는 다음날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가 진정된 후 간신히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렇듯 위험한 돌발행동을 일으킨 이유는 조현병(정신분열증) 때문이다. 병을 앓고 있던 A씨가 7개월간은 약을 먹어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3개월째 복용을 중단했던 것.

정씨는 “외국인근로자를 처음 받으면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터라 응급실 입원료 등 병원비도 300만원 넘게 들었다”면서 “무엇보다 답답한 건 이런 상황을 처리·해결해주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고용노동부를 찾아갔으나 이런 문제를 다루는 부서는 없었고, 경찰서 외사과에서도 “그런 경우 매뉴얼은 없다. 근로자의 국적(네팔) 대사관에 얘기하라”고 해서 대사관에 전화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런 이야기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일반 건강검진(본국)이나 마약검사(국내)는 하지만 정신질환은 걸러지지 않아 돌발사고가 나는 사례가 주변에도 종종 있다”며 “외국인근로자가 정신질환 문제를 일으켰을 때 처리 전담기관을 지정하고, 사업장(농장주)과 분리시켜 보호(치료)하는 등 관련 매뉴얼을 마련해 농가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신문>제주=장수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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